양비론.
간단히 표현하자면 이것도 병신이고 저것도 병신이고 내가 중립이다.
이명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경찰의 법을 뛰어넘은 과잉진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소위 "변질된" 촛불집회도 욕하는 그들.
자신들이 시크하고 쿨한 중립인줄 알겠지.
주동자들에게 선동되어 길거리로 나온 우민들,
전경에게 폭력을 쓰는 폭도들,
길거리를 무단 점거하는 좀비들.
그리고 그들을 과도하게 진압하는 경찰들.
법을 수호하는 경찰이 법 위에 군림하는 모습.
군홧발로 여자의 머리를 차는 경찰들.
뭐 이정도가 그들이 생각하는 것일테다.
그리고 그래서 둘다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하지만 그들 자신들이 언론에게 "선동", 혹은 "세뇌"되었다면 그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전에 집회를 나가서 피켓을 들고 혼자 돌아다니는데, 어떤 아저씨가 내게 다가왔었다.
그때 내 손엔 "미친소 국민이 싫다잖아!" 라는 피켓이 들려있었는데,
내게 와서 피켓의 "국민"이라는 글자를 가리키며
"저, 제가 이것에 속해있는 한 사람인데요."
뜬금없어서 되물었다.
"네?"
다시 가리키며
"제가 이것에 속해있는 한 사람인데요."
"아 네. 저도입니다."
"지금 저 전경들이 얼마나 고생이겠어요. 밤에 잠도 못자고 맨날 나와서.
지금 이게 국민들이 할 짓입니까? 남을 생각하질 않는거지."
매우 혼란스러웠다.
"그럼 전경들이 불쌍해서 이명박을 지지하시나요?"
"그건 아니죠. 나도 이명박이 싫어요. 하지만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볼줄도 알아야지."
그래.
이명박도 병신이고 전경 잠 안재우는 촛불들도 이기적이다 이거지.
그럼 한번 남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볼까?
미국 소가 수입되면 가장 먼저 어디로 갈까?
급식. 배식.
사먹는 입장에선 최소한의 선택권이라도 있지, 급식이나 배식은 그런 것조차도 없다.
그럼 급식이나 배식을 누가 먹을까?
군인들, 혹은 학생들.
그 분의 나이대면 초등학생 아이들 쯤은 있어 보임직했는데,
그 자신의 아이들이 먹고, 또 촛불들이 잠 못자게 괴롭힌다는 전경들이 제일 먼저, 선택권이 없이
먹게 되는 것이다.
어떤가?
가끔 조중동의 기사에는 이런 것들이 나온다.
"본지 기자 시민들에게 둘러쌓여 30분간 폭행, 카메라를 빼았김"
"기자에게 행하여지는 인민재판"
이런걸 신문만 보고 시위대를 욕하기는 정말로 정말로 쉬운 일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 그렇게 난 기사를 보면 정말 답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지난 주말, 전대협의 깃발을 따라서 행진하고 연좌시위를 벌이는 도중에
앞이 시끌시끌했다.
보아하니 얼굴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는 말을 프레스 완장도 차지 않은 어떤 사람이 무시했나보다.
그래서 나도 가까이 갔고, 사람들도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는 기자라고 우기고, 우리는 그럼 신분을 증명할수 있는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프레스 완장이라도 차고 있었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채증중이던 경찰일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그는 입을 굳게 다물었고, 사람들은 워낙 프락치와 조중동기자들에게 시달렸던 터라
'또 이런식으로 찍다 걸렸구나' 하게 된다.
그 즈음 인권변호단체에서 한 사람이 오게 되고, 그는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모든 상황을 녹음하고 있었고, 주위엔 수많은 카메라들로 둘러쌓여졌다.
사람들은 이미 그를 경찰 아니면 조중동기자라고 확신을 했고, 그는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었다.
둘러싼 사람들은 두갈래로 나뉘었다. 사진을 지우고 돌려보내자.
아니다. 어차피 곱게 돌려보내줘봤자 기사엔 폭행이라고 뜰텐데 뭣하러 곱게 돌려보내냐.
흥분한 사람들과 그들을 말리는 사람들로 시끄러웠지만, 인권변호사는 끝까지 그의 신변을 보호했고
또 사람들도 언성이 높긴 했지만 폭력사태는 전혀 없었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도 다른 곳으로 가고, 흥분했던 사람들도 진정을 하여 잠잠해질쯤
결국 인권변호사에게 소속을 밝힌 그. 조선일보 기자였다.
이어서 이어지는 어이 없는 상황.
갑자기 기자가 달아나기 시작한거다.
자신이 조선일보 기자이니 "당연히" 폭행이 가해질줄로 믿었던건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쫒아가봤다.
그때 앞에선 10대연합 아이들이 음악을 틀고 춤을 추고 있었고,
조선일보 기자는 경찰에게 "신변 보호를 부탁합니다!"라고 외치며 경찰들 뒤로 쏙 숨어버렸다.
허허... 그 순간 머리속엔 내일자 조선일보의 기사가 대충 그려졌다.
집에 와서 아침에 바로 확인해 보았고, 역시 내가 생각하던 그대로였다.
양비론이라는게 참 좋은 핑계가 될 수 있다.
어느쪽도 마음에 들지 않으니, 나는 어느쪽에도 서지 않을 것이고 고로 나는 중립이다.
그럴듯해 보인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잘못된 정보, 진실이 아닌 정보로 이놈도 병신이고 저놈도 병신이다. 라고 판단 내린다면,
병신은 그 누구도 아닌 당신일 뿐이다.
생각하라.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당장 어느쪽으로든 행동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진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바로잡힌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생각과 논리라는 것은 정보라는 기반이 있어야 쌓아 올릴수 있는 것이고,
고로 바로잡힌 생각은 진실된 정보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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